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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내가 아닌 잊고있던 나를 되돌아본 시간

-친구들과 함께 1박 2일… 즐거운 부산에서 착한어린이신문l발행일2017.12.15l수정2017.12.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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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간 언니들과 바다를 앞에 둔 호텔에서.

정은진<충주 목행초 김진환 어머니>

한여름의 태양이 뜨겁던 지난 여름, 7월 마지막 주말 나는 부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10년만에 가는 부산 여행에 무척 설렜다. 아이들과 남편 없이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는 사실은 나를 더 셀레게 했다. 8년 동안 결혼하고 아내로, 엄마로 살면서 나를 위한 여행은 없었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남편과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여행 가방을 싸면서 단촐한 여행가방이 어색했다.
부산 여행은 나의 20대를 함께 해온 10년지기 서울 친구와 부산에 살고 있는 언니들과 함께했다. 오랜만에 본 우리들은 너무 반가움에 다시 20대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신나고 즐거웠다. 엄마, 아내로 살면서 가끔씩 찾아오는 공허함과 육아 스트레스는 뒤로 하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은 많이 변해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충주에서 오는 시간도 훨씬 빨라졌고 부산은 대도시답게 크고, 화려하고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부산만의 느낌이 있는 집들이 많았다. 산 위에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복잡한 도로와 바다 위의 대교, 큰 배들, 컨테이너 등의 풍경이 ‘아, 여기가 부산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우리 일행은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만두로 배를 채우고 깡통시장으로 갔다. 시장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먹거리도 풍부하고, 구경거리도 다양해 정신이 없으면서도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 이끌려 먹거리를 즐기기에 바빴다. 티비에 나온 맛집에서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음식을 맛보는 경험을 했다. 음식을 기다려서 즐기며 먹는 여유로운 식사가 너무 오랜만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집에 있는 아이들이 생각났다. 한편으로 같이 하지 못해서 아쉬웠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가족들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산의 밤은 화려했다. 해운대 ‘더베이101’에서 바라보는 ‘마린시티’의 야경은 최고였다. 여름밤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신나는 음악과 시원한 맥주가 부산의 밤을 한층 더 신나게 만들어 주었다. 10년 전에는 못 본 야경들이었다. 부산의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를 보니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수많은 불빛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 우리들은 사진 찍기에 바빴다.
광안대교의 불빛은 밤바다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늘 아이들 사진만 찍어주다 내가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되니 어색함이 사진 속에 드러났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부산의 야경을 맘껏 즐겼다.
숙소는 기장에 새로 생긴 곳에서 묵었다. 부산 언니들의 센스 넘치는 배려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세련되고 화려하면서 고급스러운 숙소에서 우리들은 20대로 돌아가 밤새 수다를 떨며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서로 사는 곳이 멀고 살기 바빠서 일 년에 한 번 보기고 힘든 사이여서 우리들은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우고 또 피웠다. 그 순간만큼은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내 이름이 계속 불려지고 있는 시간이 정말 신기했고 좋았다.

▲ 부산의 야경을 배경으로 '찰칵'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아이들이 생각났다. 엄마랑 처음 떨어져서 할머니랑 잔 둘째 딸 아이가 울지 않고 잘 잤는지 걱정 되었다. 잠이 덜 깬 채 전화를 걸어서 아이들의 안부를 물었다. 잠들기 전에 울었다는 딸아이 이야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가면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줘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남은 시간을 잘 보내다 가겠노라 다짐했다.
여행을 오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짧은 1박 2일의 부산 여행은 나의 20대에 소중한 추억과 경험을 함께한 사람들과 과거를 추억하는 따뜻한 여행이었다. 그 여행 안에서 나는 잊고 있었던 나를 보았다. 마치 한여름밤의 꿈 같은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은 엄마와 아내로써의 내가 아닌 잊혀 있었던 나를 찾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고,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게 해주는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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